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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20-30에서 유행하는 프리터족?

by hrwoo 2024.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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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터족(Freeter), 그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2030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경제적 현실과 변화하는 가치관 속에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월 100만 원만 벌면 충분해요’라는 그들의 말은 단순한 소득 목표를 넘어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확한 선언처럼 들립니다. 일자리 시장이 불안정하고, 정규직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이 되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프리터족의 어원


프리터족은 Free(프리)와 Arbeit(아르바이트)를 합친 말로,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불황 당시 등장한 노동 계층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은 채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일본의 경제 불황기인 1987년, 고용정보회사인 일본 리크루트사가 아르바이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젊은이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해당 영화 타이틀로 '프리터족'을 사용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특정한 직장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층을 '프리터족'이라 지칭하면서 해당 개념이 등장한 것입니다. 다만 당시에는 더 높은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젊은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점차 불황과 취업난으로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청년층이 급증하면서 '고용 불안'의 의미가 반영된 말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IMF 사태 발생 이후 취업난과 경력직 상시채용 등 취업환경이 변화하면서 프리터족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리터족의 증가, 그 이면에 있는 변화


통계에 따르면 구직자와 대학생 중 자신을 프리터족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60.6%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7년의 56%보다 4.6% 증가한 수치로, 특히 2030세대가 압도적인 비중(85.7%)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리터족이라는 개념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청년들만의 선택이 아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현실적인 삶의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프리터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자발적 프리터족입니다. 이들은 조직 생활의 규율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합니다. 출퇴근 시간을 엄격히 지키며 정해진 업무를 반복하는 일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자유와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둘째로는 비자발적 프리터족입니다. 이들은 경기 침체와 비정규직 차별 등의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왜 프리터족이 되는가?


프리터족의 증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리터족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 어려워서”(40%)였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의 경제적 불안정과 높은 취업 경쟁률은 많은 청년들을 비자발적 프리터족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취업난 때문만은 아닙니다. 36.5%의 응답자들은 조직 생활을 피하고,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프리터족이 되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이 필수적인 성공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여유를 추구합니다. 자유롭고 유연한 시간 관리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그들이 프리터족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는 경제적 안정과 출세를 중시하던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입니다.

프리터족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프리터족의 삶에 만족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36.5%가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불만족한다’(21.1%)는 응답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원했던 자유와 유연함을 프리터족으로서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자발적 프리터족의 경우, 시간과 일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비자발적 프리터족의 경우, 불안정한 수입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그들의 삶에 불만족을 안겨줄 수 있지만, 이들 역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프리터족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프리터족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통적인 ‘정규직 직장’이 더 이상 모든 이들에게 성공의 유일한 길이 아니며, 다양한 형태의 일과 삶의 방식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논의로 이어집니다. 많은 프리터족은 일에 모든 시간을 쏟아붓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취미, 인간관계,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그의 저서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현대 사회가 제공하는 수많은 선택지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 속에서 사람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끊임없는 불만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프리터족은 이러한 ‘선택의 역설’을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움직임일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직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단순한 삶을 선택함으로써 더 큰 만족감을 얻으려는 시도입니다.

프리터족의 미래는?


프리터족의 증가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내는 동시에,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프리터족이 늘어나는 것은 조직 중심의 사회 구조에 대한 도전이자,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확산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들이 직면한 경제적 불안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이들에게 더 나은 사회적 안전망과 유연한 일자리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프리터족이 자율성을 누리면서도 경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일 것입니다.

프리터족은 단순히 ‘일을 적게 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일에 대한 정의를 재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적게 벌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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