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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보어: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지고 개인의 차이는 증가한다

by hrwoo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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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보어(omnivore)라는 용어는 원래 동물학에서 ‘잡식성 동물’을 뜻하지만, 소비문화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옴니보어는 특정 소비 패턴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로운 문화를 흡수하고 즐기는 현대 소비자를 가리킵니다. 즉, 전통적인 ‘고급’이나 ‘대중’ 소비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콘텐츠를 넘나드는 소비자를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 특정한 취향이나 계층에 따라 소비가 나누어졌던 전통적 소비 패턴과는 달리, 다양한 요소를 혼합하고 자유롭게 선택하는 현대인의 소비 행동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옴니보어의 개념과 배경


옴니보어는 문화사회학자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그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현대의 상류층은 더 이상 ‘고급 문화’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대중 문화도 소비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즐기면서도 대중 음악이나 힙합을 좋아하는 상류층,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동시에 스트리트 푸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옴니보어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전통적 소비자와 달리, 한 가지 문화적 취향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고 소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현대 소비자들은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어느 한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소비합니다. 이는 정보와 콘텐츠의 과잉, 그리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누구나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또한 글로벌화와 기술 혁신으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와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의 전형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지는 현상


과거에는 소비 패턴이 계층이나 집단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류층은 고급 레스토랑, 미술관, 클래식 음악과 같은 ‘고급 문화’를 소비하고, 중하류층은 대중문화나 스트리트푸드를 소비하는 형태로 계층 간 소비 패턴이 차별화되었다면, 옴니보어의 출현은 이러한 전형성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지는 현상은 사회 전반에서 목격됩니다. 상류층이 저렴한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중하류층이 클래식 음악 공연에 참석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가 더 이상 단일한 사회적 계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소비문화에서 이러한 혼합성과 자유로움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고급스럽고 비싼 물건을 소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렴하면서도 개성 있는 물건을 소비하는 ‘혼종적 소비’(hybrid consumption)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동시에 빈티지 의류나 중고품에 매력을 느끼는 경향은 이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소비 패턴에 구애받지 않음을 잘 보여줍니다.

소비와 동조, 차별화의 영원한 싸움


이러한 옴니보어적 소비는 본질적으로 동조와 차별화의 끊임없는 싸움 속에 있습니다. 현대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히 대중과 동조하는 소비를 넘어서, 자신만의 개성과 독특함을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과거에는 특정 집단이 소비하는 물건을 함께 소비함으로써 사회적 소속감을 느끼고자 했던 반면, 이제는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비 방식을 통해 타인과 차별화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동조와 차별화의 욕구는 특히 패션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소비자들은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내고 개성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명품 브랜드와 스트리트 패션의 혼합이 그러한 경향을 잘 나타내며, 이는 전통적인 소비 구조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유행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티셔츠를 입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위해 빈티지 청바지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대중과 동조하면서도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집단의 차이는 줄고, 개인의 차이는 증가한다


옴니보어적 소비가 확산되면서, 집단 간의 차이는 줄어들고, 개개인 간의 차이는 오히려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상대적으로 유사했지만, 현대에는 같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끼리도 소비 패턴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개성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SNS와 같은 플랫폼의 확산은 이러한 개인화된 소비 패턴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타인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OOTD(Outfit of the Day)’ 해시태그는 단순히 패션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잘 나타냅니다.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더라도, 스타일링 방법이나 소품의 선택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통계 자료로 본 옴니보어 소비


옴니보어적 소비의 확산을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들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소비자의 약 70%가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는 단일한 소비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분야의 문화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대 소비자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2022년 국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소비를 선호하며, 브랜드나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과거 미국 소비자 조사에서는 이미 관련된 결과가 있었습니다. 2019년 닐슨(Nielsen)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약 60%가 전통적인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현대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소비를 조정하고, 더 이상 집단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옴니보어적 소비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다양성과 개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트렌드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일한 소비 패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자유롭게 섭취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려 합니다. 이와 함께 동조와 차별화의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소비는 개인화되면서도 동시에 집단 간 차이는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기업과 마케터는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더욱 세분화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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